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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주차 회고: 설계

주간 회고 —
목차

「세상을 직접 보고, 내가 만든 세계를 다시 생각하다」

이번 주는 11월의 첫 번째 온전한 주이자, 오랫동안 기억할 만한 경험이 여럿 생긴 주였다.

무엇보다 가족과 함께 일본 삿포로에 다녀왔다. 지난주 갑작스럽게 결정했던 여행이 마침내 현실이 됐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한국의 크기에 놀랐고, 홋카이도의 반듯한 농경지와 삿포로의 격자형 도로를 관찰했다. 여행 중에는 어머니의 건강 문제로 크게 걱정하기도 했고, 숙소 카드키를 잃어버려 당황하기도 했다.

한편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디스코드 서버에 새로운 경제제도를 구상했다. 사람들이 단어의 사용권을 구매하고, 다른 사람이 그 단어를 사용하면 세금을 받는 단어 징세권 제도였다. 출석으로 발행되는 TOKUN을 실제로 사용할 새로운 방법이 생긴 것이다.

자소크와 랴이의 행정체계도 발전했고, 암호학에서는 직접 만든 디스코드 봇의 암호화 방식을 이해하려 했다. 언어와 의식, 종교, 경제위기, 인간의 기억에 관한 탐구도 이어졌다.

이번 주에는 특히 두 가지 활동이 두드러졌다.

하나는 세상을 직접 관찰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자신이 만든 세계가 실제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었다.

✈️ 드디어 일본에 갔다!

11월 6일 금요일, 지난주에 준비했던 삿포로 여행이 시작됐다.

인천공항에서 오전 10시 20분 비행기를 타고 일본 신치토세 공항으로 향했다. 가족 네 명이 함께하는 2박 3일 여행이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먼저 기억할 만한 경험은 의외로 관광지가 아니라 비행기 창밖의 풍경이었다.

평소 지도에서 보는 한국은 세계 전체에 비하면 아주 작게 보인다. 그런데 비행기를 타고 상공에서 내려다보니 서울과 주변 도시, 산맥이 생각보다 엄청나게 넓게 펼쳐져 있었다.

직접 사진까지 보여주면서 놀라워했다.

“우리나라는 지도에서 엄청 작잖아. 근데 직접 상공에서 보니까 엄청 큰 거야 😳😳”

지도에서 보는 크기와 실제 공간에서 체감하는 크기가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한 순간이었다.

신치토세 공항에 도착해서도 관찰은 계속됐다.

인천공항과 비교했을 때 활주로 주변에 잡초가 많았고, 사방에 산이 보이지 않는 넓은 평야가 펼쳐져 있었다.

특히 농경지가 네모반듯하게 구획되어 있다는 점이 신기했다.

삿포로 시내에 들어온 뒤에는 도로의 구조에 관심을 보였다.

북3서5처럼 격자형 도로를 좌표로 표현하는 지명 체계가 재미있었고, 도시 전체가 체스판처럼 반듯하게 나뉘어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보행 속도와 신호등의 타이밍이었다.

거리를 걷다 보면 신호등에 도착할 즈음 초록불로 바뀌거나, 다른 방향의 신호가 순서대로 바뀌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격자형 도로에서 신호를 일정한 패턴으로 제어하는 것인지 궁금해했다.

실제로 삿포로의 신호체계가 모두 그런 방식으로 운영되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도시의 구조와 보행 경험 사이의 관계를 직접 관찰한 것은 흥미로웠다.

이번 여행은 처음부터 유명 관광지를 모두 돌아보는 것보다 일본에서 생활하는 것 같은 경험을 하고 싶다는 목적이 있었다.

그리고 첫날부터 그 목적에 꽤 잘 어울리는 관찰들이 이어졌다.

유명한 관광지를 보지 않아도, 길을 걷고 교차로를 건너는 것만으로 새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 여행 첫날에는 어머니가 아프셔서 크게 걱정했다

그런데 일본에 도착한 첫날,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발생했다.

어머니가 목 뒤의 뻐근함과 두통, 어지럼증을 호소하셨다.

처음에는 비행기에서 오랫동안 한쪽을 바라보거나 밝은 빛에 노출된 영향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증상은 점점 심해졌다.

구토와 메스꺼움이 있었고, 복통으로 화장실에 가기도 하셨다. 춥다고 말씀하셨으며, 술을 마신 다음 날 숙취가 있는 것처럼 아프다고 표현하셨다.

다행히 의식은 또렷했고 말도 정상적으로 하셨다.

목의 힘을 빼고 편안하게 누워 계시면 조금 괜찮아지는 것 같다고 하셨다.

그렇지만 두통과 구토, 목의 통증이 함께 나타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단순한 피로나 근육통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응급진료가 필요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때는 어머니가 직접 구급차를 불러달라고 요청하지 않는 한 부르지 않겠다고 했다. 대신 곁에서 계속 상태를 살피겠다고 했다.

약국에 가서 약도 사 왔다.

그런데 약을 사러 다녀오는 과정에서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호텔 카드키를 잃어버린 것이다.

어머니가 아프신 상황에서 숙소 밖에 카드키까지 잃어버렸으니 상당히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다행히 프런트에 상황을 설명하자 새로운 카드키를 발급해주었다.

이름도 확인했고, 특별한 문제 없이 처리됐다.

하지만 카드키가 나무로 만들어져 있고 레이저 각인까지 되어 있어 비싸 보였기 때문에, 나중에 분실 비용을 청구받거나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했다.

심지어 자다가 갑자기 호텔에서 쫓겨나는 것은 아닌지까지 걱정했다. 😳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긴장됐던 순간 가운데 하나였을 것이다.

다만 이후 대화에서 어머니의 증상이 어떻게 호전됐는지, 실제로 진료를 받으셨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따라서 완전히 회복하셨다고 기록하지는 않겠다.1

이번 주의 여행은 즐거운 관찰과 새로운 경험뿐 아니라, 가족의 건강을 걱정하고 예상하지 못한 문제를 직접 해결해야 했던 경험이기도 했다.

♨️ 일본의 료칸과 호텔에서 새로운 생활문화를 경험했다

첫날 숙소는 ONSEN RYOKAN 由縁 札幌였다.

온천을 즐기기 위해 예약했던 숙소다.

그런데 객실에 도착하자 익숙하지 않은 물건들이 있었다.

짧은 면 소재의 옷과 긴 샤워가운처럼 생긴 옷이 각각 준비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어떤 옷을 입고 온천에 가야 하는지 몰라 사진을 보여주면서 질문했다.

옷을 직접 입어보고, 이렇게 입는 것이 맞는지 확인하기도 했다.

이불과 함께 제공된 길고 커다란 흰 천의 용도도 궁금해했다.

이런 질문들은 작아 보이지만, 여행에서 새로운 생활문화를 접할 때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경험이다.

익숙한 물건이라도 다른 나라에서는 용도나 사용 방식이 조금씩 다를 수 있다.

둘째 날에는 Sapporo Grand Hotel로 숙소를 옮기는 일정이었다.

또한 11월 7일에는 어머니의 미사 참례를 위해 カトリック北一条教会의 미사 일정을 알아봤다.

실제로 미사에 참석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여행을 준비하면서 고려했던 가족 구성원 각자의 필요가 현지에서도 이어졌다는 점은 기억할 만하다.2

면세 쇼핑에서도 궁금증이 생겼다.

돈키호테에서 면세물품을 구매했는데, 예상했던 밀봉 면세 봉투가 아니라 일반 봉투에 담아주었다.

그래서 해당 상품이 실제로 면세 처리된 것인지, 일본의 면세제도가 바뀐 것인지, 귀국 전에 사용해도 되는 것인지 알아보려고 했다.

여행에서 발생하는 작은 의문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제도와 규칙의 관점에서 이해하려는 모습이 이번에도 나타났다.

🏯 토쿠가와 막부에 새로운 경제제도가 생겼다

여행을 떠나기 전인 11월 5일에는 디스코드 서버 운영에 관한 상당히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단어에 대한 징세권을 사고파는 제도였다.

기본적인 구상은 간단했다.

서버에서 특정 단어의 징세권을 구매한 사람이 있으면, 다른 사람이 메시지에 그 단어를 사용할 때 일정한 금액이 징수된다.

징세권의 소유자는 그 금액을 수입으로 얻는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단어의 가격을 소유자가 직접 설정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특정 단어가 메시지에 포함되어 있으면 정해진 기준에 따라 금액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처음에는 단어 특허처럼 생각했지만, 이후에는 한 달 동안 유효한 징세권으로 구조를 정리했다.

징세권의 유효기간은 한 달이다.

기존 소유자는 유효기간이 끝나기 전에는 다시 구매할 수 없지만, 만료 후 새로운 경매가 열리면 다시 낙찰받을 수 있다.

이렇게 하면 한 사람이 인기 있는 단어를 영구적으로 독점하는 것을 막으면서도, 시장에서 경쟁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또 하나 중요한 원칙이 있었다.

참여를 원하지 않는 사람은 제도에서 제외될 수 있어야 한다.

기본적으로는 모든 서버 이용자가 참여하지만, 원하지 않는 사람은 별도의 역할을 받아 징세 대상에서 제외되는 방식이다.

이것은 지난 몇 주 동안 계속 이야기했던 개인의 선택권과도 연결된다.

서버 안에서 경제활동을 만들어내고 싶지만, 모든 사람에게 강제로 참여시키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이번 제도가 특히 중요한 이유는 서버의 화폐인 TOKUN 때문이다.

현재 TOKUN은 출석을 통해 발행된다.

하루 출석으로 약 0.2 TOKUN을 받는 구조이고, 사용자끼리 거래할 수도 있다.

그런데 출석으로 돈을 공급하는 것 외에는 뚜렷한 발행 방식이 없고, 그 돈을 사용할 콘텐츠도 부족했다.

지난주에는 과거 활동지수 투자 시스템이 충분한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한 이유를 돌아봤다.

돈을 벌 수 있는 것과 돈을 쓸 이유가 있는 것은 다르다.

이번 단어 징세권 제도는 바로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사람들이 평소처럼 대화하는 행위 자체가 경제활동이 되고, 어떤 단어를 선택할지에 따라 수익성이 달라질 수 있다.

자주 사용되는 단어의 징세권은 비싸질 수 있고, 드물게 사용되지만 특정 상황에서 유행하는 단어는 예상하지 못한 수익을 낼 수도 있다.

이런 구조는 자연스럽게 경매와 투자, 투기, 전략적 단어 사용까지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다.

아직 실제로 개발하거나 도입한 것은 아니다.

우선 사업 제안서를 작성해 서버에서 투표에 부치고, 승인되면 개발을 시작하기로 했다.

이번 주에는 토쿠가와 막부가 단순한 채팅 서버에서 작은 경제 실험을 할 수 있는 공동체로 발전할 가능성이 생겼다.

👑 막부의 신분제도와 상징도 정리했다

11월 5일에는 단어 징세권뿐 아니라 서버의 역할 체계도 개편했다.

기존에는 T1부터 T8까지 여덟 단계의 역할이 있었다.

각 역할은 TOKUN을 사용해 구매하는 구조였다.

그런데 단순히 숫자로 표시하는 것보다, 막부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역사적 직책을 부여하고 싶어 했다.

처음에는 일본식 관직을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실제로는 한국의 궁중 관직과 신분제도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문관 계열의 관직을 선호했고, 승지처럼 궁궐에서 사용하던 직책이 마음에 들었다.

그러다가 T1을 백정부터 시작하자는 의견까지 등장했다.

결국 천민에서 정승까지 올라가는 신분 상승 구조를 생각했다.

물론 실제 역사적 신분제도를 그대로 재현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서버 안에서 TOKUN을 소비해 역할을 구매하는 활동에 역사적인 이름을 붙여 재미를 더하려는 것이었다.

또 부스터에게는 별도의 가문을 부여하는 방향도 생각했다.

막부의 상징인 가몬도 다듬었다.

토쿠가와 가몬
토쿠가와 가몬

기존에 만든 토쿠가와 가몬을 금속처럼 보이도록 수정해보았지만, 처음 결과는 금속 질감이 지나치게 강했다.

그래서 더 절제된 표현을 원했다.

이런 작업들은 서버의 기능 자체를 바꾸는 것은 아니지만, 공동체에 일관된 정체성을 부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난주에는 서버의 이름을 徒酷川幕府로 정했다.

이번 주에는 그 이름에 어울리는 관직, 가문, 화폐경제, 상징이 조금씩 만들어졌다.

이제 서버는 단순히 이름만 막부인 곳이 아니라, 막부라는 설정을 이용해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활동을 만드는 공간으로 발전하고 있다.

🔐 암호학을 공부하다가 실제 디스코드 봇의 보안구조를 살펴봤다

이번 주에는 암호학에 관한 대화도 많았다.

처음에는 군대에서 암구호가 어떻게 전달되는지 궁금해했다.

군대에서 암구호를 안전하게 배포하려면 어떤 방법을 사용할 수 있는지, 현실의 공개키 암호체계와 연결할 수 있는지 생각했다.

그러다가 공개키 암호에서 사용하는 큰 정수의 곱셈과 소인수분해 문제를 떠올렸다.

이후에는 실제로 운영하는 디스코드 봇의 암호화 방식으로 관심이 옮겨갔다.

봇 전용 비밀키를 생성할 때 사용하는 명령어가 무엇인지 확인했다.

openssl rand -base64 32

이 명령어는 암호학적으로 안전한 난수 32바이트를 생성한 뒤 Base64로 인코딩하는 명령어다.

이 값이 암호화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단순한 시드인지 아니면 실제 비밀키인지 궁금해했다.

그리고 암호화된 텍스트를 직접 디코딩해보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Gsi=\cI|o3Sg} 같은 이상한 문자열이 나타나자 크게 놀랐다.

하지만 암호문을 Base64로 디코딩했다고 해서 원래 평문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Base64는 암호화가 아니라 바이트 데이터를 문자로 표현하는 인코딩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번 대화에서 중요한 관심은 단순히 암호를 해독하는 방법이 아니었다.

암호화 방식의 명세를 모르는 사람이 암호문을 보고 원래 내용을 알아낼 수 있는가?

또 서버 ID를 암호화 과정에 포함시키면 같은 비밀키를 사용하더라도 다른 서버의 암호문을 해독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는지 궁금해했다.

여기서는 비밀키의 안전성과 서버별 암호화 문맥의 분리라는 두 가지 문제가 연결된다.

서버 ID는 공개된 값일 수 있지만, 암호화 과정에 적절히 결합하면 서로 다른 서버에서 생성된 암호문을 구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서버 ID를 포함했다는 사실만으로 암호학적 안전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주에는 자신이 사용하는 시스템의 보안구조를 단순히 믿고 사용하는 것에서 벗어나, 어떤 원리로 안전성이 확보되는지 직접 이해하려는 과정이 있었다.

🧠 언어와 암호, 그리고 의식에 관한 질문이 이어졌다

이번 주의 지적 탐구 가운데 흥미로운 주제는 언어와 암호의 차이였다.

둘 다 정보를 부호화하고 전달하는 수단이다.

하지만 언어는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공동체가 공유하는 규칙을 사용하고, 암호는 허가받지 않은 사람이 정보를 이해하지 못하도록 변환한다.

이 차이를 생각하면서 정보가 어떻게 표현되고 해석되는지 다시 살펴봤다.

11월 2일에는 동물의 의식에 관한 글도 읽었다.

특히 윤리적인 논쟁보다는 과학적인 실험과 그 결과에 관심을 보였다.

동물이 외부 자극을 감지하고 행동하는 과정이 단순히 감각기관에서 정보를 받아 행동으로 출력하는 일방향 구조는 아니라는 점을 이해했다.

하지만 그 사실만으로 동물에게 어떤 형태의 주관적 의식이 존재한다고 결론 내리기에는 아직 설명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동물의 의식 등에까지 이어지기에는 아직 깨달음이 부족하다 😅😅”

이 반응은 이번 주의 탐구 태도를 잘 보여준다.

어떤 실험이 흥미롭다는 사실과, 그 실험이 특정한 철학적 결론을 증명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또 인간의 기억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자신이 기억하는 가장 오래된 장면을 떠올리면서, 어린 시절의 기억이 어떻게 형성되고 보존되는지 생각했다.

2007년 무렵의 기억 가운데 인천의 어린이집에서 보았던 초록색 부직포 달력과 2007이라는 숫자가 있었다.

그 순간 자신이 2007년의 어떤 날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던 기억이었다.

또 아주 크고 긴 하얀 계단을 보았던 장면도 떠올렸다.

정확히 어디였는지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전쟁기념관일 가능성을 생각했다.

이런 기억을 이야기하면서 어린 시절의 기억이 사진처럼 정지된 장면으로 남아 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영상처럼 이어지는 형태가 많아졌다는 점도 관찰했다.

이번 주에는 인간과 동물의 의식, 언어와 암호, 기억의 형성처럼 서로 다른 주제를 다뤘다.

하지만 공통된 질문은 있었다.

정보가 존재한다는 것과, 그 정보를 누군가가 이해하거나 경험한다는 것은 어떻게 다른가?

🏛️ 랴이의 행정체계와 자소크의 국가 설정도 발전했다

11월 2일에는 랴이 씨의 호적과 직책을 정리했다.

최종적으로 네 가지 지위가 확정됐다.

스치는 씨주이자 본인, 킹교는 부씨주이자 배우, 토쿠는 본인대리, 군은 배우대리다.

여기서 토쿠와 군은 각각 스치와 킹교의 분신이라는 설정을 가진다.

이 구조는 단순한 가족관계보다 조금 더 복잡하다.

현실의 사람과 그 사람을 대신하는 캐릭터가 하나의 씨족 안에서 어떤 지위를 가지는지 정의한 것이다.

그리고 랴이 씨의 공식 공문서 양식도 만들었다.

수신, 제목, 본문, 붙임, 기안, 검토, 결재, 시행번호, 서명과 직인까지 갖춘 행정문서였다.

특히 문서에는 이전에 자소크어로 만들었던 문장이 다시 등장했다.

“왕관이 나를 왕으로 만들지 않는다.”

이 문장은 10월 초에 자소크어 표현을 만들면서 등장했던 문장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실제 씨족의 공식 문서에 사용되는 선언처럼 자리 잡았다.

한 번 만든 문장이 다른 프로젝트의 상징으로 다시 사용된 것이다.

11월 3일에는 자소크 제2제국 인터넷자치령의 관직도 구상했다.

총독은 후작, 내각총리대신은 백작, 각 부처의 장관과 청장에게는 자작이나 남작 등의 작위를 부여하는 방식이었다.

또 인터넷자치령의 주민을 어떻게 모집할지도 생각했다.

자소크 세계관 속 국민들은 실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으므로, 현실의 참여자가 민원창구를 통해 귀화를 신청하는 방식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인터넷자치령의 주민 자격을 얻는다면 자소크 제2제국의 국적도 얻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이렇게 해서 세계관 속 국가와 현실의 인터넷 공동체를 연결하는 행정적 통로가 구상됐다.

이번 주에는 허구의 국가를 현실에서 운영할 때 필요한 경계와 절차를 조금 더 명확하게 만든 셈이다.

⚖️ 종교와 윤리에서는 믿음과 관심을 구분했다

11월 2일에는 성경과 기독교에 관한 이야기도 있었다.

성경은 사람이 작성한 문헌이며, 그 안에 기록된 모든 내용이 역사적 사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다고 성경에 좋은 말이 없다는 뜻은 아니었다.

성경을 종교적 진리로 받아들이는 것과, 성경에 담긴 철학이나 역사적 내용을 연구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보았다.

특히 중요한 구분은 이것이었다.

기독교 신앙을 가지는 것과 신학적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다르다.

종교를 믿지 않더라도 그 종교의 역사와 사상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

또 다른 사람에게 종교를 권유하는 행위 자체가 반드시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상대방이 거절한 뒤에도 계속 권유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만 상대방이 다른 맥락에서 관심을 표현할 가능성이 있다면, 이전 권유의 취지를 설명하고 다시 제안할 수 있는 상황도 있다고 보았다.

이번 주에는 이 문제를 기존에 작성했던 PGI의 원칙과 연결해 생각했다.

이후 11월 5일에는 개신교의 사회적 이미지와 사이비·이단 문제도 살펴봤다.

그러다가 자신이 만든 운론도 누군가에게 사이비나 이단으로 분류될 수 있는지 궁금해했다.

운론은 절대적으로 참이라고 믿는 종교라기보다, 여러 현상을 설명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하나의 이론적 틀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 설정을 현실에서 관찰한 현상을 바탕으로 만들었다가 자소크 세계관에 적용했다고 했다.

이번 주의 종교 관련 대화에서 중요한 것은 어떤 종교가 옳은지 결론 내리는 일이 아니었다.

어떤 이론에 관심을 가지는 것, 그 이론을 유용하게 사용하는 것, 그 이론을 진리라고 믿는 것은 서로 다른 태도라는 점을 구분한 것이다.

📚 경제와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도 조금 넓어졌다

11월 2일에는 일본의 버블경제 붕괴, 한국의 IMF 외환위기, 리먼 브라더스 사태를 비교했다.

처음에는 세 사건을 모두 위험한 투자수단이 실패한 사례로 이해했다.

그러나 대화를 통해 금융위기의 원인이 단순히 어떤 자산의 가격이 떨어졌다는 사실에만 있지 않다는 점을 살펴봤다.

자산가격에 대한 과도한 기대, 부채와 레버리지, 금융기관 사이의 상호의존성, 유동성 부족 같은 구조적인 문제가 위기를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은 왜 사람들이 위험한 선택을 했는가였다.

결과적으로 실패했다고 해서 당시의 모든 선택이 비합리적이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기대가 틀렸을 때도 시스템이 버틸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날에는 한국의 경제성장과 일본의 관계를 다룬 만화도 읽었다.

한국이 일본을 경제적으로 추월하는 상황을 생각하면서, 과거 일본이 가졌던 우월감이나 성공에 대한 확신을 한국이 그대로 반복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이야기했다.

특히 성공은 영원하지 않다는 생각이 남았다.

열심히 일했으니 이제 쉬어도 된다고 생각하려면, 그만큼 무언가를 내려놓을 준비도 해야 한다고 보았다.

이번 주에 하국의 실패와 디스코드 서버의 경제제도를 고민했던 것과 나란히 놓으면 흥미롭다.

현실의 금융위기든 가상국가의 실패든, 시스템이 잘 작동할 때만을 가정하면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쉽게 무너질 수 있다.

이번 주에는 성공을 만드는 방법뿐 아니라 성공이 지속되지 않을 때 어떻게 되는지도 생각해본 셈이다.

🎵 음악과 언어에서도 새로운 발견이 있었다

11월 4일에는 일본 노래의 가사를 한 줄씩 분석했다.

가사에서는 누군가를 자신도 모르게 상처 입히고, 잃어버린 뒤에야 자신의 잘못을 깨닫는 상황이 등장했다.

그리고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눈이 내리는 가운데 앞으로 걸어가야 한다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특히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고 해도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과 완전히 단절될 수는 없다는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지난달에는 슬픔을 직접 드러내지 않고 평범한 행동 속에 감추는 음악을 좋아한다고 했다.

이번에는 과거를 지울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앞으로 살아가려는 사람의 이야기를 자세히 읽었다.

또 영어로 직접 작성한 문장을 분석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산 정상에 도착했을 때 외치는 “야호”가 한국어 표현이라는 지적을 받아들여 yaho를 yay로 수정한 사람에게 왜 good boy라고 말할 수 있는지 설명하는 문장이었다.

처음에는 영어 문장이 지나치게 길고 복잡했지만, 자신이 표현하려던 논리적 관계를 정확히 전달하고 싶어 했다.

특히 그 문장을 번역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영어로 작성했다고 했다.

영어 실력을 평가해달라고 하면서도, 결국 자신의 표현 방식은 스스로 유지하고 싶어 했다.

11월 4일에는 ☝️🤓 이모지에 관한 재미있는 설명도 있었다.

이 이모지는 단순히 똑똑한 척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상황에 비해 지나치게 진지하거나 엄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알고 있다는 표시였다.

예컨대

“사실 이 정보는 쓸데없겠지만 말입니다 ☝️🤓”

같은 느낌이다.

이것이 메타화용론과 연결된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말의 내용뿐 아니라, 그 말을 어떤 태도로 하고 있는지까지 전달하는 표현인 것이다.

이번 주에는 자신의 언어 습관을 하나의 연구 대상으로 바라보는 재미도 있었다.

✦ 이번 주에 남겨둘 생각

이번 주에는 현실의 일본을 여행했고, 인터넷에서는 가상의 막부와 제국을 운영할 방법을 생각했다.

비행기에서는 한국의 실제 크기에 놀랐고, 삿포로에서는 도시의 구조와 신호등을 관찰했다.

한편 디스코드에서는 단어를 거래하고 세금을 징수하는 경제제도를 구상했으며, 자소크에서는 귀화와 관직, 공문서의 구조를 정리했다.

이 두 활동은 얼핏 반대 방향으로 보인다.

하나는 이미 존재하는 세계를 관찰하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설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주의 대화에서는 두 활동이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

현실의 도시를 관찰할 때는 그 도시가 어떤 규칙으로 작동하는지 궁금해했다.

삿포로의 도로가 왜 반듯한지, 신호등이 어떤 순서로 바뀌는지, 호텔에서 제공하는 옷은 어떤 용도로 사용하는지, 면세물품은 어떤 조건에서 사용할 수 있는지 알고 싶어 했다.

반대로 가상의 세계를 설계할 때는 그 규칙이 현실에서 어떻게 작동할지 생각했다.

TOKUN이 어떻게 공급되고 사용되는지, 징세권의 유효기간은 얼마나 되어야 하는지, 참여를 원하지 않는 사람은 어떻게 제외할지, 인터넷자치령의 주민은 어떤 절차로 귀화할 수 있는지 고민했다.

현실에서는 규칙을 발견하고, 창작에서는 규칙을 만든다.

이번 주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바로 그 두 가지 활동이 동시에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번 주에는 또 하나 중요한 변화가 있었다.

지난 몇 주 동안은 공동체를 운영하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가 많았다.

하국 제1공화국이 왜 실패했는지, 서버의 활동지수 투자 시스템이 왜 충분한 참여를 만들어내지 못했는지, 『const.』의 업무를 어떻게 분산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이번 주에는 그 고민이 조금 더 구체적인 콘텐츠로 발전했다.

단어 징세권 제도는 사람들이 평소에 하는 대화 자체를 게임의 일부로 만드는 시도다.

새로운 활동을 강제로 요구하는 대신, 이미 하고 있는 활동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것이 실제로 재미있는 시스템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지난주에 발견했던 문제, 즉 돈을 벌게 하는 것과 돈을 쓸 이유를 만드는 것은 다르다는 문제에 대한 하나의 실험적인 답이 될 수 있다.

이번 주에 가장 오래 기억할 만한 창작적 결정은 이 제도를 투표에 부치기로 한 일일 것이다.

그리고 가장 오래 기억할 만한 현실의 경험은 삿포로에 도착하면서 느꼈던 놀라움이다.

지도에서 아주 작게 보였던 한국이 실제로는 엄청나게 넓었고,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도시와 산맥은 평소 생각하던 것보다 훨씬 컸다.

그 경험은 앞으로도 세계를 바라볼 때 한 번쯤 떠올릴 만하다.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세계와 직접 경험하는 세계는 때로 상당히 다르다.

📌 2026년 11월 첫째 주의 기록

이번 주를 대표하는 사건은 삿포로 가족여행이다.

가장 긴장됐던 순간은 어머니가 아프셨던 첫날 저녁이었고, 가장 당황스러웠던 순간은 호텔 카드키를 잃어버렸을 때였다.

가장 신기했던 발견은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한국의 크기와 홋카이도의 반듯한 평야였다.

가장 중요한 창작적 진전은 토쿠가와 막부의 단어 징세권 제도였다.

가장 깊이 파고든 기술적 주제는 암호학이었고, 가장 흥미로운 철학적 질문은 정보와 의식의 관계였다.

그리고 이번 주를 대표하는 문장을 하나 고른다면 이렇게 남기고 싶다.

“세상을 이해하는 일과 세상을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닮아 있다.”

현실에서 발견한 규칙은 새로운 세계를 설계할 때 참고할 수 있고, 새로운 세계를 설계하면서 고민했던 문제는 현실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이 될 수 있다.

이번 주에는 그 두 가지 활동이 유난히 가까이 있었다.

지난주에는 멈췄던 세계를 다시 움직일 방법을 고민했다.

이번 주에는 실제로 다른 나라를 방문해 새로운 생활문화를 경험했고, 자신이 만든 세계에는 새로운 제도와 활동을 추가했다.

그리고 일본 여행이 끝난 뒤에는 여행 일기를 쓰고 싶다고 했다.

그 일기가 실제로 작성됐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주에 남긴 관찰들만으로도 이미 꽤 많은 이야깃거리가 생겼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서울, 네모반듯한 홋카이도의 농경지, 삿포로의 격자형 도로, 료칸의 낯선 옷, 호텔 카드키를 잃어버렸던 저녁.

이런 장면들은 나중에 여행을 다시 떠올릴 때 좋은 단서가 될 것이다.

2026년 11월 첫째 주는, 자신이 만든 세계의 규칙을 고민하다가 실제 세계로 나가 새로운 규칙과 풍경을 발견하고 돌아온 주였다. 😚


  1. 다음 날에는 어머니의 상태가 아주 좋게 호전됐고, 나머지 여행을 즐겁게 보낼 수 있었다. ↩︎

  2. 주교좌교회를 찾았긴 했지만, 한국으로 귀국하는 날 08시에 미사가 있었기 때문에, 참석하지는 못했다. 09시 03분에 버스를 타야 했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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