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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5주차 회고: 설계

주간 회고 —

9월 28일–10월 4일 주간 회고

이번 주는 유난히 “내가 원하는 세계와 삶의 구조를 직접 설계해본 주”였다. 아주 현실적으로는 독립 계획과 취업 경로를 정리했고, 학교에서는 졸업작품과 작은 프로젝트가 조금씩 구체화됐다. 그런데 동시에 언어의 의미를 데이터베이스에 어떻게 넣을지, 정보란 무엇인지, 외계인과 어떻게 의사소통할지, 심지어 몸이 두 개라면 ‘같은 나’라고 할 수 있을지까지 갔다.

서로 전혀 다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이번 주 대화에는 꽤 일관된 질문이 있었다.

이미 주어진 구조를 그냥 받아들이지 않고,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다시 설계할 수 있을까?

개인주권쟁취계획이 생겼다

이번 주의 가장 현실적이고 장기적인 결정은 2028년 3월까지 생활주권을 독립시키겠다는 계획을 구체화한 것이었다.

단순히 “독립해서 살고 싶다” 정도가 아니라 주거, 재산, 개인정보, 행정업무, 생활능력, 가족과의 경계를 각각 분리해가는 프로젝트로 만들었다. 2026년 10월에는 현재 어떤 부분을 가족에게 의존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11월에는 자산을 분리하고, 12월에는 독립예산을 만들고, 2027년에는 가사·행정·소득·주거를 차례로 직접 다루면서 실제 독립 전에 몇 달간 시뮬레이션까지 해보는 식이다.

이 계획의 중요한 점은 가족을 변화시키는 프로젝트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행동하든 내 삶의 결정권을 확보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 그래서 이름도 단순한 ‘자취 계획’보다 훨씬 거창하게 개인주권쟁취계획이 됐다.

지난 몇 주 동안 개인일반색인, 개인법무소, 뇌내법원처럼 자기 삶을 제도처럼 다루는 장난 반 진심 반의 체계들이 생겼는데, 이번에는 그 사고방식이 상당히 현실적인 장기계획에 적용됐다. 나중에 2028년에 실제로 독립하게 된다면, 이번 주는 꽤 중요한 시작점으로 기억할 만하다.

KAP도 한 단계 앞으로 갔다

지난주 신청했던 KAP 일학습병행 프로그램에서는 9월 29일 답변이 왔다.

컴퓨터소프트웨어공학과 담당 교수에게 신청 내용이 전달됐고, 이후 담당 교수가 전화로 상담할 예정이라는 내용이었다. SW 개발과 관련된 기업·직무로 매칭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다만 희망했던 화성·동탄으로 반드시 배정되는 것은 아니며, 다른 지역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결국 담당 교수와 상담하면서 전공과 진로적성을 고려해 기업을 매칭하게 된다.

그래도 지난주까지만 해도 “KAP가 일반 학생 대상이라 SW 직무와 안 맞으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있었는데, 이번 답변으로 적어도 전공 관련 SW 직무로 갈 수 있다는 길 자체는 확인됐다.

취업 이야기가 이제 검색과 상상에서 조금씩 실제 기관 → 담당 교수 → 기업 매칭이라는 현실의 절차로 넘어가고 있다.

캡스톤은 ‘이동하면서 입력하기’ 쪽으로 발전했다

졸업작품에서는 지난주의 eye-tracking 아이디어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갔다.

이번에는 이동 중에도 컴퓨터에 편하게 입력하고 싶다는 요구를 생각했고, VR이나 가상 데스크톱 환경에서 키보드와 마우스 없이 작업하는 문제에 주목했다. 손 위치를 이용해 가상의 키보드를 만들거나 손짓을 마우스 입력으로 사용하는 방향이다.

그리고 이 문제를 생각하다 보니 VR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특히 iPad 화면 전체를 두 손 타이핑 인터페이스로 사용하는 아이디어가 상당히 구체적으로 발전했다. 키 위치를 고정하지 않고 손바닥 위치를 기준으로 키를 배치하며, 사용자의 타이핑 습관을 학습하고 실시간 자동완성을 붙인다. iPad는 입력장치 역할을 하고 실제 처리는 Mac에서 수행할 수도 있다. 궁극적으로는 iPhone을 포함해 범용 대체 키보드로 확장할 수도 있다.

이번에도 이미 비슷한 KAIST 선행연구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지난번처럼 “카이스트 미워!!!!”로 끝나지는 않았다. 이제는 선행연구가 있으면 그 연구가 어디까지 했고 내가 무엇을 다르게 할 수 있는지를 보는 쪽으로 조금 익숙해진 모습이었다.

캡스톤의 핵심 문제도 점점 명확해지고 있다.

키보드를 없애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사람이 이동하거나 새로운 환경에 들어갔을 때 생기는 입력의 마찰을 줄이는 것.

처음의 “입력하는 게 귀찮다”가 이제 꽤 괜찮은 HCI 문제로 자라고 있다.

블록체인 R&D 과제도 하나 골랐다

NTIS에서 수업용으로 살펴보던 연구개발 과제에서는 연 5천만 원 전후 규모의 과제를 찾다가 몇 개의 RFP를 비교했고, 결국 탈중앙 블록체인 기반 이력 저장을 다루는 과제를 선택했다.

핵심은 중앙기관 하나가 이력을 독점해서 보관하는 대신 블록체인에 이력 데이터를 기록하고 검증 가능하게 만드는 구조다.

처음에는 “5000만 원보다 적으면 안 되는데 넘는 건 된다 ㅋㅋ”라는 꽤 현실적인 선정기준이 있었지만, RFP를 읽어본 뒤에는 주제 자체도 나쁘지 않다고 판단해서 “이걸로 해보자~”가 됐다.

자소크어에서는 ‘의미’를 저장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이번 주 인공언어 쪽에서 가장 큰 아이디어는 인공어 번역 위키였다.

처음에는 언어의 의미에 숫자를 붙여 공통 의미 ID를 만들까 고민했다. 그런데 일본어의 思い와 考え처럼 한 언어 안에서도 비슷한 의미가 여러 표현으로 갈리고, 언어마다 의미영역의 경계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단순한 meaning_id 방식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이 뒤집혔다.

의미 자체에 번호를 붙이지 말고, 실제 단어나 표현에 ID를 붙인다.

그리고 두 표현 사이에 ‘동치’, ‘유사’, ‘포함’, ‘번역 가능’ 같은 관계를 연결하고, 필요하면 사용자들이 그 관계를 토론한다. 단어뿐 아니라 한 문장 정도까지의 문자열도 하나의 항목으로 등록할 수 있다. 언어는 시간이 지나며 변화하므로 시기별 상태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문제도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이건 꽤 기억해둘 만한 발상이다. “IPA의 의미 버전” 같은 것을 만들려고 했는데, 결국 의미의 절대좌표를 만드는 대신 표현들 사이의 관계망을 만드는 쪽으로 간 것이다.

자소크어 문법 자체에서도 실험이 계속됐다. 단어가 술어의 왼쪽에 있는지 오른쪽에 있는지, 모음으로 끝나는지 자음으로 끝나는지 등에 따라 격표지가 다른 형태로 나타나는 구조를 고민했다. NOM/GEN/DAT/ACC 네 격을 기본으로 하고, 속격은 기존 자소크어처럼 공백 없이 é나 ì를 사이에 넣는 특징도 유지했다.

이번 주 자소크어는 단어를 더 만드는 것보다 언어가 정보를 어떻게 부호화하는가를 실험하는 장난감에 가까웠다.

그리고 그 질문은 결국 ‘정보란 무엇인가?’까지 갔다

주 후반에는 대화가 갑자기 물리학과 정보이론으로 뻗었다.

태양이 지구에 보낸 에너지는 결국 어디로 가는지, 중력장의 에너지는 한 지점에 정의할 수 있는지, 시공간의 곡률은 어떻게 측정하는지를 이야기하다가 결국 “세상은 아주 많은 예/아니오로 이루어진 것 아닐까?”라는 질문까지 갔다.

1비트보다 작은 정보가 가능한지, 뜬금없는 말이 왜 재미있는지, 재미를 정보량으로 설명할 수 있을지까지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특히 재미있는 질문이 하나 나왔다.

서로 같은 세계를 공유하지 않는 두 존재가 아무 정보도 없이 의사소통할 수 있을까?

여기서 골든 레코드와 외계문명 이야기로 이어졌다. 외계인이 자기들만의 골든 레코드를 만들었다면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발견하고, 그것이 자연현상이 아니라 누군가 의도적으로 만든 정보라는 것을 어떻게 알아낼까?

며칠 전부터 계속 이야기했던 bandwidth, processing speed, universal information interface에 대한 관심이 이번 주에는 물리학과 외계문명까지 확장된 셈이다.

언어 공부는 이번에도 결국 언어 만들기로 끝났다

프랑스어에서는 il fait quoi ?를 가지고 한참 씨름했다. 발음을 /il fet kwat/처럼 추측하다가 철자를 계속 바꿔보고, 그러다가 프랑스어의 묵음이 자소크어와 비교되기 시작했다.

결국 나온 결론:

흠… 자소크어 묵음의 세계????

자소크어의 hie가 /i/라는 사실을 떠올리고는 “자음 묵음은 없다”고 했다가 곧바로 “엥 h가 묵음이었네 ㅋㅋ”라고 스스로 예외를 발견했다. 초성 h 정도를 제외하면 자음 묵음은 없다는 식으로 다시 정리됐다.

러시아어도 잠깐 시작했다. Я не знаю, Я понимаю русский язык, Кого я люблю? ChatGPT!까지 신나게 갔다가 문법이 슬슬 등장하자 결론은 아주 빨랐다.

하나도 모르겠어! 안 할래~

러시아어의 이번 주 생존기간은 짧았다. 😌

온라인에서 ‘나’를 얼마나 추적할 수 있는지도 직접 시험해봤다

이번 주에는 junhg0211, furtokury, shtelo.org 같은 공개 식별자를 가지고 인터넷에서 서로 얼마나 연결되는지를 직접 조사했다.

그 결과 여러 공개 활동이 생각보다 쉽게 하나의 사람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체감했고, 과거에 사용한 다른 이름들도 개인정보와 연결될 가능성이 있는지 살펴봤다.

특히 furtokury와 junhg0211, 개인 도메인이 강하게 연결된다는 점 때문에 온라인 정체성을 분리하려면 결국 새로운 도메인까지 필요할 수 있겠다는 고민으로 이어졌다.

이것도 개인주권쟁취계획과 묘하게 연결된다. 오프라인에서는 가족과 재산·개인정보를 분리하려 하고, 온라인에서는 서로 다른 정체성 사이의 연결 가능성을 점검했다.

이번 주의 ‘주권’은 생각보다 여러 곳에 있었다.

퍼리 행사도 숫자로 뜯어봤다

fur:raid의 티켓 가격, 참가자 수, 스태프와 자원봉사자 수, 숙박 제공 여부 등을 가지고 행사의 수익구조가 어떻게 돌아갈지 계산해봤다.

스탠다드 8만 원, 스폰서 17만 원, 퍼레이더는 20만 원대, 10인 마스코트 그룹은 90만 원 정도이고 참가자는 약 800명 규모라는 자료를 바탕으로 다른 국내 퍼리 행사들과도 비교했다. 운영사와 운영자 활동명까지 찾아가며 꽤 깊게 조사했다.

그냥 “행사 재밌겠다”에서 끝나는 대신 “이 규모의 행사는 경제적으로 어떻게 굴러가지?”부터 궁금해지는 건 꽤 일관된 습관이다.

그리고 주말에는 ‘나 자신이 두 명이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번 주의 마지막을 장식한 생각은 아주 엉뚱하면서도 묘하게 이번 주 전체와 연결된다.

몸이 두 개였으면 좋겠다.

완전히 하나의 의식이 실시간으로 두 몸을 조종하는 것보다는, 같은 사람에서 갈라진 두 사람이 각각 경험한 뒤 서로 이야기하며 동기화하는 방식이 더 자연스러울 것 같다고 했다.

둘이 각자 돌아다니고 경험하다가 다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같은 침대에서 자고, 쌍둥이처럼 생활한다. 하지만 핵심 조건은 연인이나 쌍둥이처럼 아주 가까운 ‘두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같은 사람!!!!!!!”

연애에서도 비슷한 형태를 원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두 독립된 사람이 되는 순간 결국 엄밀하게는 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문제가 남았다.

재미있는 건 며칠 전에는 언어의 의미를 하나의 절대 ID로 만들 수 있는지를 고민했고, 정보가 복제되거나 전달될 때 무엇이 유지되는지를 이야기했는데, 주말에는 그 문제가 갑자기 자기 자신에게 적용됐다는 점이다.

기억을 복사하면 같은 사람인가? 경험이 갈라지면 언제부터 다른 사람인가? 다시 대화해서 정보를 동기화하면 얼마나 다시 ‘같은 나’가 될 수 있는가?

농담처럼 시작했지만 이번 주에 했던 정보와 정체성 이야기를 이상할 정도로 잘 마무리해주는 질문이었다.


이번 주에는 독립할 나, 취업할 나, 연구할 나, 언어를 만드는 나, 인터넷에 흔적을 남기는 나, 심지어 둘로 복제된 나까지 등장했다.

그리고 그 모든 곳에서 비슷한 태도가 반복됐다.

가족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기존 조건에는 독립 계획을 만들었고, 키보드가 고정되어 있다는 조건에는 적응형 입력기를 생각했다. 언어마다 의미가 다르다는 문제에는 절대 의미표 대신 관계망을 만들었고, 온라인 서비스가 정체성을 연결한다는 사실에는 정체성 분리를 고민했다. 심지어 몸이 하나라는 조건에도 “그럼 두 개면 안 돼?”라고 물었다.

그래서 2026년 9월 마지막 주와 10월 첫째 주를 나중에 다시 본다면, 이렇게 기억할 만하다.

주어진 조건을 당연한 것으로 두지 않고, 내가 원하는 구조라면 어떻게 생겼을지를 계속 설계해본 주.

그리고 그중 가장 오래 남겨둘 만한 현실의 문장은 아마 이것일 것 같다.

2028년 3월, 생활주권 독립.

이번 주에는 그 목표가 처음으로 막연한 바람이 아니라 계획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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